[공연] 94th Club Day


몸 움직이기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못 추는 춤 굳이 추러 다니진 않는 편. 하여 클럽데이 하면 나와는 그다지 인연이 없을 것도 같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 많은 곳에 찌그러져서 이러저리 부대끼는 것은 그야말로 취향 밖의 일. 그렇지만 NB니, 명월관이니 하는덴스 클럽 말고도 사실은 내 취향의 라이브 클럽 역시 클럽데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어찌 이걸 모르고 있었을까! 그리고 얼마 전 팬카페에 가입한 황보령 누님 역시 이번 클럽데이의 밴드 중 하나였다. 좋은 밤이다. 여기에 보름달만 떴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야. 그렇지 않더라도 딱히 아쉬워 하진 않겠다.

시작은 역시 회사 퇴근 부터다.
9시부터 "김창완 밴드"의 공연이 있다. 그 전에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건만 시간이 애매하다. 결국 팬카페 회원 두 명과 먼저 만나 떡볶이에 맥주 한 잔 하고 공연 보러간다. 어찌나 설레이던지 이 기분은 정말 아는 사람만 알껄?

PM 21:00 - 김창완 밴드 In 프리버드

벌써 십수년 넘게 동경해오던 김창완 아저씨. 당시의 나는 공연 같은 것은 나와는 영 상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당연히 그들의 공연을 보게 될 일 같은 것은 생각도 않고 있었다. 하여, 이 공연은 내게 대단히 뜻 깊은 공연이었다. 아아, 그들의 내공이란 정말이지.... 정말 오랜만에 설레이는 기분.

시간이 다 되간단다. 장소를 옮기자. 극동방송국 방향에서 주차장 골목 지나서로 자리를 옮긴 드럭. 이름도 DGBD로 바뀌었고. 언제 어째서 바뀐 걸까. 오늘의 메인 공연. 황보령=SmackSoft 공연장에 도착하니 팬카페 회원 한 명이 이미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프리버드는 사람이 가득 가득 했는데 DGBD는 사람이 적었다. 이거, 가족적인 분위기 되겠는걸.

PM 10:00 - 황보령=SmackSoft In DGBD

그렇지. 말로 설명하긴 어렵고 마찬가지 이유로 글로 설명하기도 어렵지만 여기엔 굳이 팬카페에 가입하게 될만한 이유가 있는거야.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 말이지. 외발 비둘기가 들어있는 '도시락 특공대'와 1집도 지르고, 정말 어렵사리 2집도 구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왠만하면 그 이유라는 거, 앞으로도 계속 몰랐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좀 매력 없잖아.

그리고 무대륙에서 뒷풀이. 마테오라는 이름의 개. 오예스와 요구르트로 만든 생일 케이크. 담배와 맥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가 좋아하게 된 것들이 뒤섞여 낯설지만 점점 낯설지 않은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번 주말. 이제 18분 남았다. 일요일이 끝나는 순간이다.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한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고 해도 이 순간은 싫다. 그렇지만, 그렇게 많이 싫진 않아.


p.s. 내가 참 아끼는 것.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p.s.1. 난 아직도 깨달음을 얻는다. 매번 깨달음을 얻지만 그렇게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난 의외. 아, 아직도 깨달을 것들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잖아.
p.s.2. 기회가 된다면, 그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거에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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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씨 | 2009/03/01 23:45 | 공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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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택씨 at 2009/03/02 11:37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Commented by 크레이지키드 at 2009/03/02 18:59
달리고 계시네요. 즐거우셨던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
Commented by 율씨 at 2009/03/03 00:21
택시님 & 크레이지 키드님
으으으....더 놀고 싶어요, 으아아아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하더랍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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