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09일
심야퇴근의 감상
- 일이 손에 익고 팀원이 충원되고 프로젝트가 (비교적)안정화 되어가니 야근의 빈도가 제법 줄었다.
- 미뤄두었던 공부도 조금씩이지만 다시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저런 게임들도 한 번씩 들춰볼 정도의 시간은 가지게 되었다.
- 더군다나 요즘 같아서는 동종업계의 다른 개발중인 프로젝트에 비해서도 업무강도가 더 높다 말할 생각도 없고.
- 그래도 아직은 가끔씩 이렇게 야근을 하긴 한다.
- 가끔이라고 했는데, 이번 주는 내내 야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여러모로 1월은 바쁜 달이기에 가급적 야근을 안 하려고 애를 쓴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야근을 하다가 밤 10시가 되자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게 아닌가? 앉아있지를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바로 자리 털고 퇴근을 했다. 퇴근하며 곱씹어보니 내가 너무 지친 것인가 싶더라. 07년 8월부터 시작해서 연차 하나 쓰는 것도 벌벌 떨 정도로 바뻤었다. 2년 반이 넘었으니 지쳐도 이상할 것 하나 없지 않은가. 불쑥 겁이 나더라. 아직 할 일이 많지 않던가, 이래서야 더 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생각, 생각.
주말에 푹 쉬고, 오늘 다시 야근을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막히던 일이 풀리는가 싶더니 10시가 넘자 집중력이 잔뜩 붙더라. 결국 자정을 넘겼고 그 조금 후에 퇴근하며 생각했다. 아직은 괜찮구나. 얼마든지 더 달릴 수 있구나.
야근이란 것이 얼마나 개인을 황폐하게 만드는지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야근을 함으로써 얻는 어떠한 개인적인 이득도 없다. 야근비나 특근비도 물론 없다. 프로젝트가 잘 되고 회사가 잘 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내 내 시간을 쏫는 것이다. 내 시간이란 다른 어디든지 무궁무진한 사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재화 이상의 가치이다. 그런 만큼 야근을 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느낌은 또한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아무도 시키지 않는 야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작년 즈음에 어떤 인간이 날더러 '율씨는 야근을 좋아할거야'라고 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었다. 좋아할 리가 없잖은가! (그 인간의 뒷처리를 하느라 한 야근도 적지 않았으니 내 반응이 오죽 했을까)
다른 이유는 없다. 결국 나는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빛을 보여주고 싶은 것 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잘 만들고 싶은 것 뿐이다. 그렇게 더 잘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 뿐이다. 어쩔 수 없다, 내게 주어진 날짜가 많지 않다면 같은 날짜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짜내야 할 뿐이잖은가. 그나마도 나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니 어쩌면 복에 겨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노력을 쏫으며 어떠한 대가도 기대한 적이 없었지만, 요즘은 일을 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성인군자는 과연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런 심정을 상대적 박탈감이라 하던가.
p.s. 그러니까 야근비 달라고.
p.s.s. 회사 정책은 알았다고. 정책을 바꾸던가.
p.s.s.s.... 엄살만 는다. 뱃살도 같이 늘어나겠지?
# by | 2010/02/09 02:45 | 생각 | 트랙백 | 덧글(3)



